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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팩토리 방문기

일시: 2022.10.13.(목) 19:00~21:00
참석자: 강기훈, 고상은, 김규리, 김영진, 김응현, 김혜선,김혜원, 박지연, 송영서, 이민선, 이정은, 임수향

들어가며: ‘사회운동가로서의 기업가’를 만나다

세종마을교육연구소의 <청년과 마을> 회원들과 함께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청년희망팩토리에 방문했다. ‘세종청년무브먼트-지역살이 모델’을 주제로 강기훈 이사장님의 특강을 듣고 ‘네스트 빌딩’의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이었다. 강기훈 이사장은 자신의 목표를 ‘사회운동가로서의 기업가’로 소개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일을 한다고. 현장성과 주체성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고 했다. ‘사회운동가로서의 기업가’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세종시 조치원에서 지속 가능한 청년 거점을 꿈꾸다
지난 몇 년 간 쏟아진 청년에 대한 기사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평범한 청년’은 서울 명문대 학생, ‘빈곤과 고통을 재현하는 청년’은 지방대학생이라고 한다. 강기훈 이사장은 생애주기별 목표가 서울로 가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다. 통계상 서울에서 버티지 못해 밀려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청년희망팩토리는 ‘지역 내 자본 순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청년 생태계 내 하나의 축 만들기’를 목표로 설립되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대 및 기관 연계가 가능한 각 기능별 조직 설립과 구조 마련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속 발현
청년 생태계의 축을 만드는 작업을 왜 세종시 조치원에서 시작했을까?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① 대학: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홍익대 세종캠퍼스 두 군데가 존재함. 매년 3천명의 학생들이 유입됨.
② 시설: 시 소유의 비어 있는 공공 시설이 많음.
③ 주민: 오래된 ‘뿌리 조직’과 파생 조직이 많음. 조직 구성원들의 고령화로 청년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 상황임.
④ 교통: 1번 국도와 BRT 버스로 세종시 동 지역과 접근성이 용이함.
⑤ 단계: 위탁사업들이 빠지고 들어가서 만들 수 있는 단계, ‘관’과의 협력이 필요한 단계임.
‘유입-참여-정착’ 모델
청년희망팩토리는 특히 대학을 통한 청년층의 유입에 주목한다. 매년 수 천 명의 학생들이 세종시에 들어오지만, 또 다시 졸업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래서 세종시로 유입된 청년들을 타게팅하여 ‘유입-참여-정착’의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유입된 인구가 참여와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유입’에 초점을 둔 스타팅 그룹으로서 ‘세종청년네트워크’를 통해 세종시의 청년들을 연결시키고 상호작용의 판을 깔아 주었다. 세종시의 많은 사업체에서 외롭게 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문자로 초대장을 보내고 ‘대폭발’ 번개 모임을 했다. 정보공유채널을 운영했고,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지역살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의 확장 및 새로운 조직화를 돕기 위해 매니저단을 운영하며 매니저로 활동할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참여’에 초점을 둔 워킹 그룹 허브다. ‘세종시 조치원에서 말하자! 모이자! 일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청년아고라와 성장 혁신 스쿨을 운영하고 워킹 그룹을 육성한다. 북세종 청년 거점 공간으로 네스트 빌딩을 마련했고, 이 곳을 기반으로 우리 지역의 필요를 다루는 ‘청년 아고라’를 연다. 숙의토론을 통해 청년 공공 아젠다를 도출하고 청년정책브릿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장 혁신 스쿨’은 청년기획자 커리큘럼을 통한 교육과 청년공동체 발굴 및 육성 사업을 통해 지역에 자리잡을 공동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워킹 그룹 육성’은 청년과 일자리 매칭 사업, 민간 청년기업 인큐베이팅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정착’을 위해서 ‘서포팅 그룹’인 ‘세종희망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조직과 기업, 대학이 최소 5억 원을 공동 출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여 민간 자본을 기반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이 재단에서는 첫째, 비영리단체와 협의체 조직을 지원한다. 둘째, 취업과 창업을 지원한다. 소셜 섹터 활동 및 취업, 지역문제해결형 창업을 지원한다. 대상은 만 15세에서 29세로 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최근 청소년 창업이 많다고 한다. 예비 청년층인 청소년 시기부터 창업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강조했다. “고3 졸업 후에는 던져지잖아요. ‘사회 책’을 배웠지 ‘사회’를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졸업 후에 창업하려 했을 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어요.” 셋째, 공유지 지원이다. 조치원에 보면 폐건물이 많다. 공공주택과 연계한 사업, 폐건물 활용 공동 소유지 조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활동과 구상은 아래의 세종청년무브먼트의 로드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매번 서울이나 주변 대도시로 가야만 놀거리, 일거리가 있었던 김청년은 세종청년네트워크의 취미 기반 모임을 시작으로 지역 내 친구와 정보를 얻게 된다. 이후 청년희망팩토리를 통해 지역 내에서 사회 및 경제활동을 하며 취창업의 연결점을 찾는다.이러한 과정 중 나오는 데이터는 청년생태연구소가 취합, 분석, 공론화하고 주민 및 선배 그룹이 설립한 세종희망재단이 비영리조직 지원, 취창업 연계, 주거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몽상이 취미
“그 다음은 무엇인가요?” 김응현 장학관님이 물었다. “저는 몽상이 취미입니다. 네스트 빌딩을 넘어 네스트 마을을 만드는 몽상을 하고 있습니다. 소멸 지역에 거점을 만들면 청년들은 오지 않습니다. 조치원의 네스트 빌딩을 거점으로 주변 세 개 마을이라는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이를 아우르는 네스트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안군과 목포처럼 면과 읍을 넘나드는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대학 부근에서 조치원역까지 청년들이 나오게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역을 인지하게 하려면 브랜딩이 필요하죠.”
강기훈 이사장님이 ‘몽상이 취미’라는 말을 하는데, 열쇠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은 몽상에서 시작한다. 청년 문화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던 세종시에서 지난 몇 년 간 몽상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었다. 물론 몽상을 실현시키는 기획력과 추진력, 협업, 리더십, 인내심 등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꿈을 꾸는 것은 자신과 주변과 사회를 변화시킨다. 세종마을교육정책연구소가 만들어진 것도, 그 안에서 제안서 한 장으로 ‘청년과 마을’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열 다섯 명이나 모인 것도, 벌써 이런 저런 공부와 견학을 함께 하고 있는 것도 다 몽상의 힘이었다. 사람들이 영역을 인지하게 하고 활동 반경을 넓히게 하려면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시민사회 단체든, 사회적 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조직 운영과 창의적인 기획,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수립, 경제적인 요소를 포함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영학의 이론과 개념, 통찰력이 유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세종시 청년 생태계의 빈틈은?
“조치원에 있는 다른 청년 단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송영서 학생이 물었다. “타게팅이 중요해요. 청년희망팩토리는 세종으로 유입되는 청년들이 타겟이죠. 세종시에서 나고 자란 청년을 위한 다른 단체도 있어요. 서로 보완해 줄 수 있죠. 이렇게 빈틈을 채우는 조직들이 필요해요. 앞으로 세종시에도 두 세 개는 더 생겨야 한다고 봐요.”
제이미 마골린의 ‘세상 좀 바꾸고 갈게요’(서해문집)라는 책이 생각났다. 사회변화를 위한 조직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생태계의 동식물들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사회단체들도 그러하다는 것. 사회변화를 위한 나만의 ‘왜’를 다루는 단체가 기존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고 생태계의 빈 공간이 보인다면 거기에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보라는 것. 견학이 끝나고 대학생인 송영서선생님이 그 빈 공간을 탐색하고 있었다. 금남면에서 나고 자란 본인과 같은 청년들의 거점 공간의 부재를 느끼고 있었다 한다. 기존 단체에서 배우며 준비할까, 아니면 새로운 단체를 만들까. 세종 청년 무브먼트 생태계의 역동이 느껴졌다.
독특한 사람 만들기와 교육
“청년들을 위한 지역의 수익 창출 모델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정은 선생님이 물었다. “맞습니다. 볼 수 있는 것, 팔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세종시에는 아직 없습니다. 순천만 같은 아름다운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견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억지로 하면 실패해요.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로컬 관광 지원 같은 사업은 일회성으로 끝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돈을 낼 수 있도록 하려면 유니크한 사람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개별 혹은 집단적 생산하는 행위와 편집샵과 같은 판매하는 유통망들이 필요하죠.”
교육, 메이커 교육, 메이커 운동, 메이커 스페이스가 ‘파바박’ 하고 떠올랐다. 교육을 통해 어떻게 하면 독특한 사람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메이커 교육과 메이커 운동을 세종의 수익 창출 모델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세종시 곳곳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5생활권의 스마트 시티와 메이커 운동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지만 호기심은 끝없이 뻗어나간다.
청년은 왜 지역의 생산직을 택하지 않을까
“세종에 중소기업들이 많잖아요. 이 기업들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찾아가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서 청년 인력들과 연계해 주는 활동을 하면 어때요? 그럼 서로 좋고 지역에도 도움이 되잖아요. 그리고 광주형 일자리 같은 것을 세종해서 하면 어떤가요?” 진지한 표정으로 이정은선생님이 추가 질문을 하신다. “그래서 재단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재단에 공동 출자를 하게 하려면 니즈가 서로 맞아야 합니다. 기업은 일꾼이 필요해요. 그런데 관리직, 운영직으로 가려는 청년은 있어도 제조업 노동자로 일하려는 청년들이 부족하지요. 세종시의 경우 대학에 제조업 연계 학과들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에요. 세종시가 명문대학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 봤자 읍면지역에서 일할 일꾼들을 양성하지 못해요. 폴리텍 대학 같은 전문대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학들이 어깨에 ‘뽕’을 빼고 기술직, 제조업 연계 학과들을 키워야 합니다.”
요즘 즐겨 보는 김시덕 박사 강의에서 주워 들은 것이 생각났다. 조치원과 청주가 하나의 생활권이라고. 청주에 폴리텍 대학, 충청대와 같은 전문대들이 있다. 경계를 넘어 이 대학들과 연계해 보는 전략은 어떨까?
직장 문화를 혁신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컨설팅과 금전적 지원을 해 주면 어떨까? 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지를 탓하지 말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변화시키고 ‘괜찮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청년무브먼트는 일자리든 창업이든 소셜 섹터 활동이든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하나의 중요한 아젠다로 마주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청년이 지역사회에 정착하여 꾸준히 먹고 살려면 결국은 ‘돈’이 필요하니까. 마침 다음 정기 모임 때 읽을 보고서가 ‘김기헌 외(2021).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1-일자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다. 오늘 있었던 청년 일자리에 대한 뜨거운 질의응답을 더 깊은 배움으로 이어가면 될 테다.
네스트 빌딩과 청년희망팩토리의 꿈
[사진] 네스트 빌딩: 이곳은 세종시 조치원읍에 마련한 청년희망팩토리의 새 보금자리, ‘네스트 빌딩’. 조치원을 중심으로 둥지(nest)를 틀고 인근 마을을 아우르겠다는 비전이 담긴 곳이다.
청년희망팩토리의 꿈이 담긴 네스트 빌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1층부터 ‘알다-만나다-일하다-모이다-말하다’의 단계로 올라가는 빌딩. 작은 공간 하나에도 의미가 부여되어 있고 공간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세종시 청년 공간의 거점인 이곳에서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청년과 마을>의 몽상가들도 함께 어떤 일들을 만들어내게 될까?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다들 뜨거워진 가슴으로 세종시 한 청년 예술가의 작품 앞에 섰다.
나가며: 우리들의 해방 일지
졸업생들과 함께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음악을 틀었다. ‘나의 해방 일지 OST’ 한 학생이 탄성을 지른다. “저 이 드라마 진짜 좋아했어요!” 면 지역에서 나고 자라 세종시 동지역이 개발되면서 지역 간 격차에 박탈감을 느꼈는데, 이 드라마 보며 정말 많이 공감했다며. 그냥 좋아서 튼 노래인데 견학의 엔딩 송이 되어주었다.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가는 자동차와 버스는 까만 밤길을 가로질러 조치원에서 동 지역으로, 다시 반대쪽 끝 읍면 지역으로 굴러갔다. <청년과 마을>에서 세종시 동지역과 읍면지역, 지역과 학교를 가로지르고 연결하며 ‘우리들의 해방 일지’를 써 나갈 수 있겠지. 이미 몽상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