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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법과 사람 사이를 교육으로 채우는 곳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소장 유 우 석
최근 서울 S초 교사의 사건은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안전해야 한다고 믿었던 학교에서 젊은 교사가 생을 마감했기에 많은 사람에게 슬픔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추모 집회가 계속되고 있으며, 개개인의 자발적 행동이나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의 일상적인 토론, 교원단체의 교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 등 현상을 공유하고 진단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분주하다. 여러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관통하는 일맥은 ‘민원창구의 일원화’, ‘문제 행동 학생 분리 조치’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반면, 각계에서 쏟아내는 제도적 정책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교육 당국은 학생인권조례를 탓하고, 교권 침해 사례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할 학교 구성원을 적대적 관계로 만들고, 학교를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장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 ‘법대로’는 언뜻 명쾌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결론적으로 그 어디에도 없는 환상이다. 일명 ‘학폭법’으로 인해 학교는 이미 황폐화되고 있는 현장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사안이 발생하면 해결보다는 법적 용어와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고 약점을 찾는 용어들이 난무하다. 사소한 갈등 사안조차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녹음을 하고, 말꼬투리를 잡아내며 새로운 제3자를 탓하기도 한다.
또 ‘아동학생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학교 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담임교사가 다툼 순간을 인지하지 못했다거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는데 있어 아동학대라는 협박용 근거로 악용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학교는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교육기관이다. 코로나19 이후 발간된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 보고서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에 따르면, 학교는 교육공동체가 서로 협력적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연령, 다양한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타인으로부터, 또는 타인과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생활 속에서 갈등은 당연히 존재하며, 그것을 조정해 내고 해결하는 것을 배워가는 곳이 학교이다. 즉, 사안이 생겼을 때 바로 사법적 잣대를 바로 들이대기보다 교육 주체가 참여하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활용하여 교육적 판단, 교육적 해결 공간을 지나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교육적 공간은 건강한 교육공동체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리고 건강한 교육공동체는 다양한 교육 주체 간의 끊임없는 소통과 참여로 가능하다.
지금 논의되는 사안의 결론이 학교의 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 된다. 상대방을 적으로 만들거나 법적 판단이 우선시 하는 제도를 남용하면 교육 주체 간의 벽이 높아지게 된다. 높게 쌓아 올린 벽이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벽 너머에 대한 온갖 상상과 불신은 더 큰 괴물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는 담을 넘고 확장된 교육 주체 간의 소통과 참여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공론의 장에서 교육 주체가 함께 찾아내는 답만이 학교를 교육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